면목동 상가주택 'VARANDA'
처음, 대지를 마주한 길에서 받은 인상은 ‘도시 주거의 변천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장 같다’이었다. 오래된 단독주택과 그보다는 나이를 덜먹은 다가구주택과 이제 막 태어난 멀대 같은 아파트가 같은 시간, 장소에 존재함이 당연함에도 낯설고 이질감이 크게 느껴졌다. 아마도 나무 한 구루,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인위가 만든 삭막함이 ‘전시장 같다’라는 인상을 더 짙게 했을 것이다.
면목동은 용마산 자락에 기대고 있는 동네임에도 주거 밀집도가 높아 블록 내부에 녹지가 거의 없다. 내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40년 전의 면목동은 대부분 단독주택이었고 마당이 있었으며 골목에 나서면 저 멀리 용마산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산은 고사하고 풀 한 포기 보기 힘들다.
자연과 가깝지만 먼 동네가 면목동이다.
자연이 좋은 것은 변화함에 있을 것이다.
사람처럼 시간에 따라 변하고 성장하고 소멸하는 모습에 자연과 함께 함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필요한 것일 터이다. 특히 각박한 삶을 사는 도시인에게는 더.
자연과 마주할 장소를 도시주거(특히 다가구주택 등의 소형 공동주택)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까닭은 그것을 내어주는 것, 버리는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인식의 기저에는 경제성과 수익의 문제가 있을 터인데, 이제는 그러한 측면에서라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구획된 면적이 아닌 자연과 연결되어 무한히 확장되는 체적을 얻는 것, 내어주는 것이 아닌 자연을 내 생활의 범주에 들여오는 것으로 생각하면 수익으로 환산될 가치는 더 크다 하겠다. 이런 생각이 출발점이 되어 우리는 집에 자연을 담는 건축적 요소로 ‘베란다’를 적용하였다.
'베란다'는 2층의 근린생활시설과 모든 주거공간(6가구)에 설치되었는데, 이는 우리가 목표하는 동등한 거주 환경(임대인, 임차인 모두)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2층 근린생활시설의 베란다는 상업공간으로서의 쓰임을 확장하는 것이 주목표이나 1층 근생에 처마의 역할도 하여 공간의 깊이를 더하게 된다.
3~5층 각 주거공간의 베란다는 위치와 크기가 저마다 다른데, 공통적으로 2.4m 높이의 솔리드한 벽과 오픈된 큐블럭이 베란다를 둘러싼다. 이는 자연과 만나는 장소가 주변 시선의 방해 없이 오롯이 사용자를 위한 곳이 되기를 기대함이며, 오픈된 큐블럭을 통해 집의 개성을 드러내고 이웃과 만나는 소통의 구멍이 되기를 의도한 것이다.
집의 이름은 ‘varanda'.
스페인어로 베란다를 의미하는데, 읽히는 대로 읽으면 ‘바란다’가 된다.
그래서 우린 ‘바란다’로 이 집을 부른다.
이는 저마다 쓰임의 가능성을 열어둔 베란다에서 사용자가 바라는 것들을 채워가며, 집에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아서이다.
건축개요
위치: 서울특별시 중랑구 면목동
용도: 다가구주택(6가구), 근린생활시설
건축면적: 183.28 ㎡
연면적: 615.36 ㎡
건폐율: 59.49 %
용적률: 199.73 %
규모: 지상5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사진: 이명배
시공: ㈜ 마루디자인건설
설계 및 감리: 투닷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