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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작업>집

종로 다세대주택 ‘제이블럭’

 

종로 다세대주택 ‘제이블럭’

 

종로6가와 창신동을 가르고 지나는 낙산성곽길은 흐르는 녹지다.

성곽을 따라 녹의 길이 이어지고 이 길은 도심의 실핏줄 같이 잠깐의 여유를 싣고 나른다. 대지는 이 성곽길에서 한 블록 물러난 곳에 있다. 

 

잘 만져지고 어두운 밤에도 따뜻한 빛을 비추는 성곽길에 비해, 마주한 골목길은 낡은 집 사이에서 어둡고 생기 없는 성곽의 그늘 같은 동네. 아주 오래전 성곽 아래 마을이 있었을 이 동네는 땅만 파면 문화재와 유물 천지다. 거기에 더해 종로의 보수적이고 엄격한 행정 절차는 감히 새로 집을 지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종로구는 현실적으로 거의 모든 건축물에 대해 건축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심의기준에서 지향하는 창의적이고 조화로운 건축계획,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 확립 등의 목표를 구현하기에는 기계적, 자의적, 보수적인 심의로 인해 건축 계획의 과정에서 포기되거나 일반화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곤 한다. 우리도 그 기준에 끼워 맞추기 위해 초기의 야심 찬 계획을 꽤 많이 수정하고 타협해야 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건축주의 이타심에 기대거나 적당히 포기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어려운 건축행위의 조건으로 이 동네는 신축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 그늘진 마을은 예전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사는 사람들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 이처럼 원주민 비율이 높고 고령의 사람들이 많이 살다 보니 동네는 조용하다 못해 썰렁하다. 

 

 

 

정면

 

1층 근린생활시설

 

1층 근린생활시설

 

 

대지에 들어선 작은 공동주택은 도심에 직장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작은 단위의 임대세대는 그 자체로 장소가 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먹고 자고 쉬는 활동이 최소로 제공되는 원룸에서 거주하는 이가 이 집을 추억하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 방법의 하나로 성곽길로 이어지는 오래된 골목길이 되길 기대하며, 길이 더 잘 보이도록 ㄱ자로 꺾인 창을 두었다.

 

1층 주출입구

 

계단실

 

2, 3층 원룸

 

2, 3층 원룸 화장실

 

2, 3층 원룸

 

4층 세대 거실

 

4층 세대 테라스

 

5층 엘레베이터 홀

 

5층 세대 거실

 

5층 세대 주방

 

주차장

 

근린생활시설 입구

 

 

ㄱ자로 꺽인 창을 통해 골목길의 저 끝까지 시선이 가 닿으며, 길의 풍경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기억에 저장되어 추억할 실마리가 되길 기대한다.

 

더해서 밝은 색의 이 집이 동네를 밝히는 등대 같은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의도도 있다.

길을 향해 노란빛을 뿌려 밤을 밝히면, 이 골목에 들어서는 이에게 이제 집에 왔다는 안도감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마치 골목 어귀에서 밥 짓는 냄새를 맡고 마음에 평안을 찾는 것처럼.

 

 

 

 

 

축개요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6가 201-1외 2필지

용도: 다세대주택(8세대), 근린생활시설

규모: 지상5층

대지면적: 182.29㎡ (55.14py) 

건축면적: 90.99㎡ (27.52py) 

연면적: 329.02㎡ (99.53py) 

건폐율: 49.92 %

용적률: 180.491 %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외부마감 : 벽돌타일, STO(기린건장)

창호 : 3중유리 PVC 시스템 창호

바닥 : 강마루

사진: 최진보

시공: ㈜ 마루디자인건설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