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작업>집

향동 상가주택 '커튼콜'

 

향동 상가주택 '커튼콜'

 

투닷이 그 간 작업해 온 상가주택은 각각의 특수해를 품고 있다. 땅과 조건이 다르므로 그 해법 들은 매번 다르게 나타나며, 상가의 구성, 집을 앉히고 쌓는 방법, 외부와 조우하는 방식 등 그 해법이 적용되는 부분은 전체와 크고 작은 부분에서 드러나게 된다.

이런 특수해는 우리의 머릿속에서 툭하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접근 방식으로 출발해 가급적 다양한 일반해를 만들고 그 장단점을 분석해 가장 유리한 해법을 찾는 것에서부터 계획은 시작된다. 많은 alt 중의 하나, 부적합한 것들을 배제하고 찾아낸 일반해는 아주 의미가 있다. 선택의 과정을 건축주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건축가와 건축주의 관계는 더 탄탄해지게 된다. 신뢰의 집을 짓기 위한 주춧돌을 놓는 것이다. 이렇게 찾아진 일반해가 바탕이 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특수해를 찾게 된다.

 

 

향동의 상가주택은 이런 우리의 원칙대로 시작되었다.

3층, 5가구라는 지구단위의 제약 안에서 우리가 선택한 일반해는 다음과 같다.

1. 엘리베이터를 배제할 것.

3층이라는 규모에서 엘리베이터는 계륵과 같다. 있으면 편리하겠지만 이로 인해 거주 환경은 제약되고 사용 가능한 전용면적도 줄어들게 된다.

2. 4가구의 가구 구성

입지 조건, 지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3~4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의 형태가 적합할 것으로 판단하여 3룸 구성의 4가구로 가구 수를 결정하였다.

3. 연접 주차 방식은 가급적 지양

앞, 뒤로 연접하는 주차방식은 상가주택에서 흔히 보게 되는 주차 방식이다. 1층 상가의 활용을 높이기 위해 대부분 선택하는 주차 형식이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고 아파트와 비교해서 당장에 차이를 만드는 거주 요건이기도 하다.

4. 주택이 우선이나 상가도 소외되지 않을 것

삼면이 집으로 둘러싸이고 겨우 한 면만 도로에 면한 상황에선 주택, 상가, 주차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내 집으로 가는 길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사용하기 편리한 주차장이며, 상가는 마지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약점을 극복할 대안이 필요하다.

 

1층 상가

 

4가구 출입구가 위치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건축주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결정한 일반해가 상충되지 않고 상보적이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특수해로 접근했다.

1. Quadruplets

먼저 복층으로 구성된 네쌍둥이 같은 4가구를 계획하였다. 4집 모두 2층에서 출입하게 되어 엘리베이터 배제가 합리적 선택지가 되었고, 4집 모두 다락과 옥상정원을 가질 수 있어 임대인과 임차인의 위계를 지우고 동등한 거주 환경의 물리적 조건을 만족하게 했다.

모든 가구에게 분배된 다락은 여분의 공간이기보다는 3룸의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쓰이고, 옥상 정원은 주차장으로 점령된 1층 외부공간에 대한 거주인을 위한 보상이다.

 

주방 및 거실

 

 

 

 

침실

 

다락

 

옥상 정원

 


2. 커튼 같은 입면

큰 창을 내고선 그 앞에 다가서기 저어한 마음에 커튼을 드리우고 뒤로 한발 물러서는 것이 상가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반적 모습이다. 거기에 깊숙하고 낮게 드리우는 서향 빛을 맞는다면 그 빛은 다만 피하고 싶은 조명이다. 연극이 끝나고 눈으로 쏟아지는 조명에 관객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난감함이 더해져 무대 뒤편으로 숨고 싶은 배우처럼, 내가 주인공인 내 집에서 쓸쓸히 퇴장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좁고 긴 창으로 한 사람, 한사람 그 생활이 조명되고 서향의 눈부심을 커튼처럼 굽어진 면으로 막아서고 그 창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입면 구성의 가장 큰 목표였다.

왕복 6차선의 메인도로 보다 낮은 대지의 특성상 1층 상가는 드러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주택의 출입구와 주차장을 전면에 내준 상황이라 상가의 존재, 입지는 상가 자체가 아닌 집 전체로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 생각되었다. 자동차의 속도에서 인지되는 강한 인상을 단순하게 반복되는 커튼 같은 입면이 만들어주기를 기대했다.

 

 

 


 

콘크리트 벤치

 

집이 완성된 후, 집 지을 곳과 그 집의 설계를 맡을 건축가 물색에 주도적으로 관여해왔던 건축주의 아들과 집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만족을 드러낸 공간은 의외의 공간이었다. 뒤로 물러서있는 상가와 도로 사이에 만든 콘크리트 벤치는 동네 주민의 마실 터로 쓰이길 기대하고 만든 이스터에그 같은 것이었는데, 삼삼오오 모이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부모님들의 저녁이 적적하지 않겠다는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축개요

 

위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

용도: 다가구주택(4가구), 근린생활시설

규모: 지상3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사진: 최진보

시공: ㈜마루디자인건설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