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경채(自景彩)
단독주택 같은 다가구주택. 삶과 경제적 가치를 모두 담다.
횡성 촌 아이로 자란 건축주의 집은 안온하고 편안했으며, 집이 본인의 삶에 얼마나 큰 만족을 더해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다가구주택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단독주택의 장점을 발견하고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도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도 지향해야할 목표점이 되었다.
점포주택의 이상과 현실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와 임대수익에 대한 선망으로 신도시 등에 들어서는 점포주택이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건축주들은 공간임대를 통해 공사비 일부를 조달하고 상가에서 많은 임대수익을 기대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택지 준공이후 1년 정도면 택지지구의 70~80%가 건물로 들어찰 만큼 빠르게 지어 지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1층 상가들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 텅텅 비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축주가 매입한 원주 혁신도시 내 땅은 다행히도 상가가 들어서기 적합한 땅이었다. 전면엔 자작나무가 수려한 공원이 맞닿아 있는 대지는 주택지 블록의 외곽에 위치해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양지바른 땅이었다. 자작나무와 상가가 잘 조응하게 되면 그 주변 어디에도 없는 매력적인 상가가 자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삶과 경제적 가치 모두를 담다.
문제는 주택. 몇몇 업자들이 주도하여 주변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주택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구성과 평면으로 도장 찍어내듯 생겨나고 있었다. 2층에 투룸 2세대, 3층에 다락을 포함한 쓰리룸 1세대는 마치 법으로 정한 듯 그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다가구주택 안에서 단독주택만이 품을 수 있는 공간을 찾고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 그리고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 지향해야할 목표점이 되었다. 더불어 주택에 담는 세 가구 모두가 평등하게 이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깨를 맞댄 3개의 집
1층 상가 위 다가구주택에 거주하게 될 세대 간의 동등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세대를 층별로 구분하는 수직적 배치가 아닌 수평으로 세대를 배치하였다. 2층에서부터 각 세대가 서로 어깨를 나란히 맞대게 되면서 주출입구는 2층 한 곳에만 내어도 되므로 공용계단과 엘리베이터가 필요 없어 졌고 이렇게 절약된 면적은 각 세대에게 보너스 면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가구주택 속 안채와 바깥채
이후 안채와 바깥채로 채를 나누어 공간을 벌리니 그 사이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반 층씩 엇갈려 이으니 그 자체로 통로가 되고 계단이 되었다. 결국 한집 당 모두 5개의 독립된 채를 가지게 되는데, 주방이 있는 채를 제외하고는 침실이 되든 거실이 되든 서재가 되든 사는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채를 분리한 또 다른 이유는 풍경과 함께 내 집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계단을 통해 안채, 바깥채를 건너 오르다보면 서로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치악산의 능선이 보이기도 하고 동네 풍경이 배경이 되기도 하며, 건너채의 창너머로 자작나무 가지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다양한 풍경과 겹쳐 보이는 집의 모습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다른 인상으로 남아 쌓이고 숙성되어 기억될 것이다.
건축개요
위치: 강원도 원주혁신도시
용도: 근린생활시설(1층), 다가구주택(3가구)
대지면적: 288.20m² (87.30py)
건축면적: 172.74m² (52.30py)
연면적: 399.69m² (121.10py)
건폐율: 59.94%
용적률: 138.68%
규모: 지상3층
구조: 철골콘크리트 구조
사진: 박건주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