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걸어서 5분, 소요산이 시작되는 곳에 버려진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과거의 이름은 '육타운'. 질 좋은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성지 같은 장소를 꿈꾸다 10년도 안되어 망했습니다.
겉모습은 고기집이라 하기에 너무 배타적이고 친근하지 않았습니다.
엄격한 인상을 지우려고 건물에 여러가지 장식 요소를 더한 것도 소요산의 자연과 어울리지 않게 작위적이었습니다.
중정은 마치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연기를 배출하는 굴뚝같았고요.
4월의 달큰한 꽃향기 대신 찌든 기름 냄새가 여전히 남아 있는 이 육타운을 어찌해야 할까요?



육타운은 동두천이라는 도시와 소요산의 자연 사이에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도시의 일상과 문득 자연을 찾게 되는 비일상의 사이에 있기도 합니다.
이런 육타운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사람들에게 환대받는 장소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주목한 것은 '사이'입니다.
도시와 자연, 일상과 비일상, 아침과 저녁, 아이와 노인을 대비의 관점이 안닌 '사이'라는 시공간적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사이는 A와 B라는 시간의 어느 때이기도 하고 A와 B라는 위치의 어디 즈음이기도 합니다.
사이는 C가 되는 것이 아니라 A와 B를 연결 또는 연속되게 하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육타운은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시의 바쁜 일상과 느리게 변화하는 자연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산행의 시작에 기대감을 가지게 하며, 산행의 끝에서 다시 시작의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순환과 연결의 장소.
과정 속에 있는 휴식의 장소가 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이뤄야 할 목표가 되었습니다.

'사이'의 공간적 전략
1. '단절'의 해소와 '연결'의 강화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는다'는 목적성으로 인해 '육타운'은 외부로 연기나 냄새가 새나가지 않도록 관계를 단절시켜버렸습니다.
당연히 있을 법한 곳에 테라스와 베란다는 보이지 않았고 주출입구는 폐쇄적이었으며, 중정은 하늘로만 열린 고여있는 우물 같았습니다.
우리는 정문부터 중정을 거쳐 건물의 후면부까지 관통하는 길을 내었습니다. 이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으며 도시와 자연, 산행의 시작과 끝을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이 길은 산행의 경로를 수정해 산행의 시작과 끝에 꼭 지나쳐야 하는 관문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도시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소요산의 자연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기도 합니다.




2. 계절의 사이를 채우는 자연
자연은 계절과 함께 변화합니다.
우리는 특정 계절에 펼쳐지는 자연의 향연을 즐깁니다.
봄에는 흐드러지는 벚꽃을, 가을에는 불타는 단풍을.
'소요사이'는 변화하는 그대로의 자연과 도시 사이에서, 느리게 오감으로 체감하는 인위적 자연의 요소를 실내에 배치합니다.
계절과는 다른 시간 속에서 실내의 자연은 꽃을 피우고 비를 내리며, 젖은 땅은 흙냄새를 피워올립니다.
눈 내리는 겨울에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한여름 시원한 실내에서 미리 올 가을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소요사이'는 계절 사이의 여백을 오감으로 체감하는 자연으로 채웁니다.





3. 땅과 하늘, 근경과 원경의 '사이'
기존 '육타운'의 중정은 목적이 불분명한, 시간도 움직임도 정체되어 있는 쓸쓸한 공간이었습니다.
마치 깊은 우물 속, 물 밑에 가라앉아 소리와 공기도 없는 곳에서 동그란 하늘을 바라보는 막막함이라고 할까요.
우린 이 우물에 길을 연결해 시내를 만들었습니다.
중정을 감싸고 있는 건물의 앞과 뒤를 뚫어 중정과 연결하고 화강석 바닥은 모두 걷어낸 후 숲의 길을 내었습니다.
깊은 우물의 벽 같던 푸른 유리를 철거하고 대신 길이가 다른 나무판을 불규칙하게 걸었습니다. 소요산의 숲을 은유한 나무판은 바람이 불 때면 서로 부딪혀 소리를 내고 부서진 빛이 숲의 그늘을 만들게 됩니다.
나무판의 중정을 먼 곳에서 바라보면 언 듯 캠픞파이어를 위해 쌓아 둔 장작더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이 장작더미는 불타오릅니다. 퇴근길 시민들을 안내하는 봉화가 되기도 하고 적막한 소요산의 밤을 달래주기도 할 것입니다.





'소요사이'는 새롭게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어디 즈음에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자연스럽게 이었을 뿐입니다.
자연의 빛으로 아름다운 윤슬처럼, 사람이 아름답게 빛나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건축 디자인 : 투닷건축사사무소
인테리어 / 조경디자인 : 라이브스케이프
건축 시공 : 정담건설
조경 시공 : 라이브스케이프, 플라토
사진 : 모지집, 몽상
발주처 : 동두천시, SBS (우리동네전성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