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호는 진안 사람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개 면이 수몰되면서 대대로 터전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은 집과 땅을 잃었고
세 들어 살던 사람들은 보상도 없이 집을 떠나야 했으니.
지금의 아름다운 용담호의 모습이 그들에게는 그저 상처의 딱쟁이처럼 아픔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곳에 남아 시내가 호수가 되고 산은 섬이 된 고장에 정을 붙이고 지역이 잘 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을 보면서 무거운 책임을 느꼈습니다.

처음 본 수천휴게소는 아름다운 용담호의 풍경과 대비되어 더 쓸쓸해보였습니다.
용담호가 가장 잘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서서 이리가지도 저리가지도 못하는 이방인 같았습니다.
진안군민을 위무하지도, 오는 손님을 환대하지도 못하는 수천휴게소를 당당한 모습으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떠 오른 생각이 '방주'였습니다.
지역민이 잃어버린 터전을 돌아보기도 하고 내륙의 바다를 향해 손님을 싣고 유람하기도 하는 배 한척을 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건물을 땅에서 띄워야 했습니다.
1층의 폐쇄적인 공간을 모두 해체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기둥들을 눈에서 사라지게 했습니다. 미러 스테인리스로 기둥을 감싸 거울처럼 만들어 버렸죠.
비워진 공간은 자연이 채웁니다. 나무와 풀, 바위와 안개가 예전부터 있었던 듯, 폐허에서 스스로 돋아난 풀처럼 그렇게 자리합니다.
이렇게 해서 건물은 땅을 떠나 용담호로 떠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띄어진 건물은 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낙동강변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닮기도 했습니다.
용담호를 등지고 낮은 단의 계단을 올라 띄워진 건물의 아래로 진입하는 방식이 만대루 밑을 통과해 병산서원에 들어서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1층공간(배의 밑)은 내부 같은 외부 공간으로 그늘져 있고 먹색의 천정때문에 다소 어둡습니다.
이것은 1층에 자리한 조경으로 시선을 먼저 붙잡고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건너 용담호의 풍광으로 건너가게 하기 위한 의도된 어둠입니다.

램프를 따라 오르면 2층에는 작은 소매점이 자리합니다.
카페가 어울리겠지만 이곳은 수변구역으로 휴게음식점이 허용되지 않아 쉼터 같은 소매점으로 대신했습니다.
소매점의 분위기는 여느 시골 마을의 구멍가게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멍가게 앞 느티나무 그늘이 있는 평상 위에서 부채질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그래서 매장의 반을 평상으로 채웠습니다. 평상은 외부의 툇마루까지 이어지는데, 폴딩도어를 설치해 내외부의 경계가 느슨해지도록 했습니다. 평상 주변으로 백색의 콩자갈이 깔리며 나무와 풀이 위치합니다.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함을 넘어서 역전된 공간 경험을 주기위한 장치입니다.
근경의 숲은 보이지 않고 원경의 호수와 섬 같은 산을 마주하게 됩니다.
툇마루에 앉아 가만히 풍경을 보고 있으면, 이곳마저도 홀로 떠 있는 섬 같이 느껴집니다.


소매점을 나와 옥상으로 오르면 비로소 끝없는 하늘을 담은 용담호를 마주합니다.
절정의 공간이며 오감으로 자연을 경험하게 되는 장소입니다.
옥상의 용도는 탁족입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나머지 계절에는 따뜻하게 족욕을 합니다.
촉각으로 자연을 경험하는 것이죠.
탕에 발을 담그고 용담호의 윤슬과 모래톱을 바라보며 바람소리, 새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픔이 있는 용담호수가 넉넉하게 품어줌을 느끼게 됩니다.




대지위치 : 전라북도 진안군 용담면 수천리 542-24
대지면적 : 1,955 M2
지역지구 : 계획관리지역, 수변구역
용 도 : 근린생활시설(소매점)
건축면적 : 579.12 M2
건 폐 율 : 29.62 %
연 면 적 : 740.98 M2
용 적 률 : 37.90 %
규 모 : 지상 2층
구 조 : 일반 철골조
외부마감 : 스터코, 도장
바 닥 : 콘크리트폴리싱, 콩자갈
설 계 : 투닷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
시 공 : 센텀건설
조 경 : 라이브스케이프
사 진 : 모지집 / 양준모, 임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