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의 물은 노(怒)하지 않는다. 대신 차갑게 끓어 자욱한 안개를 피운다.
이 곳의 물은 빨리 가지 않는다. 덕분에 햇빛은 물에 쉬이 부서져 비단처럼 윤이 난다.
이 곳은 양수리, 우리말로는 두물머리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이어진 이 곳, 두물머리에 50년 넘게 자리한 오래된 집을 증축한 프로젝트이다.

이 집은 내게 익숙한 집이었다. 두물머리를 산책하며 늘 보던 집이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이 집을 손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아주 많이 기뻤다.
낡고 낮고 작지만 다 가진 집을 증축하게 된 것은 내게는 운명처럼 여겨졌다.
리모델링의 시작은 집의 내력을 살피는 것에서 출발한다.
40년된 집의 역사를 살펴 본다.
발굴하듯 벽을 조금씩 뜯어 가며, 더께의 역사를 추측한다.
처음 이집은 4인치 시멘트블럭을 쌓고 미장을 해서 벽을 마감했을 것이고 수십년이 흘러 어느때 30mm 스티로폼을 덧대고 다루끼에 석고보드로 마감하였다.
6인치 블럭을 예상했던 처음의 예측이 빗나갔다. 보강이 필요하겠구나.

물안개와 윤슬을 사는 곳에서 보려면 3층 이상의 높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멀리 있는 물을 보기보다는 가까운 마당의 흙을 밟고 사는 즐거움을 원했던 건축주를 위해 우리는 기존 집을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잇는 선택을 했다.
비가 새는 기존 집의 모임지붕은 걷어내고 조적 벽은 살려 구조 벽체로 활용하기로 했다. 기존 벽체가 나누고 있는 공간 단위가 크지 않아 기존의 집은 침실과 서재, 황토방, 드레스룸, 화장실 등으로 사용하고 수평으로 증축되는 공간에 거실과 주방을 계획했다.
지붕은 기존의 모임지붕 형태를 유지하며, 수평으로 증축되는 부분만 형태를 변형시켰다. 스무 가구가 채 되지 않는 마을에서 옛 집의 모습이 현격히 달라짐은 잔잔한 물 위에 던진 하나의 돌멩이처럼 파장을 가져올 것이기에, 익숙한 마을의 풍경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마당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즐기기 위해 집의 전면은 모두 툇마루가 설치된다. 집의 외부마감은 거의 목재가 사용되지만 툇마루는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다. 들이치는 비에 대응하기 위함이고 햇빛을 받았을 때 따뜻한 온기를 남기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상부의 처마는 툇마루 보다 20cm 정도 돌출되는데, 외부 마감재인 목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과 동시에 비 내리는 툇마루에 앉았을 때 비를 맞지 않고 즐길만한 거리를 두고 싶어서였다.
두물머리의 자연은 더할 나위 없다.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질리거나 과한 것은 사람 때문일 수 있다.
이은집이 자리한 곳은 두물머리 주차장 근처이고 주말이면 차와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다.
오지랖 넓은 이들의 무례나 호기심이 빈번하게 작동하는 위치이다 보니 집주인의 자발적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건축주의 생활은 보호되어야 했다.
그래서 집의 창문은 한옥의 그것처럼 툇마루와 이어지도록 크게 내되 창문 앞에 목재 간살문을 덧대어 외부의 시선을 가려주었다.
간살문을 모두 닫으면 집은 다소 배타적이며, 과묵해진다.
평일의 한나절, 볕이 좋고 왠지 사람과의 정이 그리울 때는 방의 창문과 간살문을 모두 열어 놓고 지나는 사람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외부의 간살문은 내부에도 이어진다. 외부의 간살문은 밖으로부터의 시선은 차단하되 외부의 조망을 열고 빛을 들이는 건축적 장치라면 내부의 간살문은 공간의 연결, 확장을 위한 건축적 장치이다.








이 집의 주요 마감재는 나무이다. 생명을 지녔던 나무를 새 것과 낡은 것으로 구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게 보면 오래된 집을 고치고 확장해 지금의 시간으로 잇는 것에 있어서 나무만한 재료는 없는 듯하다.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756-9
대지면적 : 512.00 M2
지역지구 : 자연녹지지역, 개발제한구역
용 도 : 단독주택
건축면적 : 101.98 M2
건 폐 율 : 19.92 %
연 면 적 : 101.98 M2
용 적 률 : 19.92 %
규 모 : 지상 1층
구 조 : 일반목구조
외부마감 : 탄화목 루버, 칼라강판
창 호 : 3중유리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
바 닥 : 강마루, 타일
설 계 : 투닷건축사사무소(주)
시 공 사 : 정담건설
조 경 : 가든더베란다
사 진 : 최진보

등 뒤를 열어 놓고 싶었다
허벅지를 내놓고 베라 하면
툇마루는 더 깊어질 것이었다
무릎에 튀는 빗방울이라도
내게 말 거는 이장님 잔소리라도
반갑다 세 뼘의 깊이 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