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 근린생활시설 '엄마의 정원'
다문리는 양평군 용문면에서 그나마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동네이다. 경의중앙선인 용문역이 위치해 있고 아파트와 용문시장, 학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읍내인 것이다.
‘엄마의 정원’은 번화한(?) 읍내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수도권의 변두리 용문에서도 변두리인 셈이다.
3차선 도로를 따라 드문드문 단층의 상가들이 늘어선, 긴장감이 일도 없이 한가한 거리 풍경을 가진 동네이다.
용문에서 나고 자란 건축주는 아버지께 물려받은 땅에 근린생활시설을 짓겠다고 우리를 찾아왔다.
변두리의 변두리에 들어서는 근린생활시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우리가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였다.
서울의 근린생활시설은 높은 지가와 인구밀도로 인해 허용되는 건폐율과 용적률을 가능한 꽉 채우며 존재한다. 지가 대비 공사비가 더 높고 사용자의 인구가 적은 변두리 지역에서는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지역에서 소비될 수 있을 정도의 양을 가늠하여 적정의 규모를 결정해야 했다.
우리가 계획한 규모는, 엘리베이터를 이용 하지 않더라도 사용에 제한이 크지 않은 3층, 공사비 상승 등의 문제로 에너지절약계획서의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되는 500m2의 면적이었다.
3층은 2층과 복층으로 계획하였고 마당에서 이어지는 별도의 동선과 베란다 등을 설치해 부족한 접지성을 보완하였다.
500m2의 제한된 면적은 공용을 비단열구간(외부)으로 하여 500m2를 최대한 전용면적으로 사용했다.
서울 도심 길가에 늘어선 이른바 쪽상가들은 장소화 되기 어렵다.
스쳐 지나치거나 목적을 두고 오는 사용자 외에는 그 상업시설의 공간을 좋아해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찾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예전 동네의 구멍가게 앞에는 으레 평상이나 테이블이 있기 마련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추렴을 하거나 이건 너한테만 해주는 얘기야 식의 비밀 얘기 들이 오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동네 사람들이 애정 하는 장소였다.
길과 상업시설이 만나는 접점에 마련된 작은 배려는 동네의 강력한 공공장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었다.
지금은 지역에서도 이런 장소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도시에서는 공공과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으로 시도된 상업시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성수동에 위치한 커먼그라운드이다.
커다란 마당을 둘러싼 3층 규모의 상업시설은 마당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액티비티로 강력한 장소가 되었고 그 안의 개별 팝업스토어는 장소의 힘을 나눠가지고 때론 힘을 보태는 상보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로 존재한다.
우린 그런 정원, 마당을 이 곳에 상상했다.
지역민 간의 관계, 정체성을 강화하는 마실 터를 계획하는 것이 상업시설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 봤다. 용문의 강력한 장소가 되는 것이 건축주와 임차인, 사용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상업공간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대지의 중심부에 ‘엄마의 정원’이라 명명한 마당을 두었다.
이 마당은 길과 맞닿아 있고 마당을 둘러싼 상업공간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용문은 양평에서도 인구 유입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은퇴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오는 이들도 많지만 어린 아이들을 둔 젊은 부부들도 많다.
아이들과 함께 이 곳을 찾은 엄마들이 수다를 떠는 사이 아이들은 쭈쭈바를 입에 물고 오징어게임을 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아직은 텅 빈 공간, 사람들로 채워지고 그 사람들이 애정하고 찾는 멋진 장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다문리 338-4
대지면적 : 928 M2
용 도 : 근린생활시설
건축면적 : 267.34 M2
건 폐 율 : 28.81 %
연 면 적 : 596.98 M2
용 적 률 : 59.15 %
규 모 : 지하 1층, 지상3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설 계 : 투닷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
시 공 : (주)마루디자인건설
사 진 : 최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