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BROW TOWN
일시적 점거로 이룬 충분한 적당함
하이브로우는 배우 이천희와 동생 이세희가 함께 만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다.
가구 만들기와 캠핑이 취미였던 형제는,
자신들이 진정으로 즐기고 싶은 삶을 향해 계속 나아가다 보니 취미가 일이 되었고
그 일에 즐거움과 하고 싶은 것들을 더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그 변화의 과정이 하이브로우의 역사 안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2013년에 시작한 하이브로우는 지금까지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그들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정주가 아닌 일시적 점거를 통해 유목하듯, 모험하듯 펼쳐온 일이 한 곳에서 고인물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다.
2017년부터 원주에서 하이브로우 타운을 운영하던 두 형제는 확장되는 브랜드 영역을 수용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을 하고 양평 서종으로 옮기는 것을 추진했다.
그들이 선택한 토지는 황순원문학관과 바로 인접한 땅이었다.
워크동(사무실, 목공방, 창고 등)이 들어설 토지는 853m2의 임야였고 매장과 버거하우스가 들어설 토지는
804m2로 기존에 주택이 있던 대지였다.
기존의 주택을 재사용할 것인가, 아님 신축할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우린 전자 쪽을 선택하였다.
집의 출입구로 쓰이던 원형의 외부 공간과 원형을 따르는 복도와 계단이 좌우 공간을 연결하는 방식이 특이해서 이를 상업적 용도로 활용할 때 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기존 골조를 활용해 리모델링함으로써 비용절감의 효과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닿아서다.
버거 하우스의 내부는 더하지 않고 덜어내는 방식으로 정리되었다.
하이브로우에 내재된 속성은 어디든 마음 내키는 곳으로 떠날 수 있다는 역동성이고 준비된 가벼움이다.
완벽하기보다는 적당함 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이들의 모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부는 속살까지 드러내고 외부는 가벼운 금속 골강판으로 통일해 최소의 마감으로 끝냈다.
캠핑은 내가 즐거울만한 곳을 점거하고 텐트의 공간을 일시적으로 장소화한다.
감성 캠핑이라 하여 캠핑의 공간을 꾸미고 아웃도어 가구를 배치하는 행위는 결국 캠핑 공간을 장소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머무르는 동안 내게는 의미 있고 소중한 장소가 되는 것이다.
언제든 떠날 수 있게 가벼운 것으로 구축하되 최대한 즐길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이 목표다.
하이브로우가 캠핑용 가구와 장비를 주로 취급하기도 하거니와 하이브로우와 캠핑은 참 많이 닮아 있다.
가볍고 구축의 과정이 비교적 간단한 구조는 목구조이다.
워크동과 매장동에 목구조를 적용한 것은 하이브로우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구조 방식이라 생각해서였다.
외장은 가볍고 비교적 비용이 저렴한 백색의 골강판과 시멘트사이딩을 적용하였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가장 잘 즐기 수 있는 위치에 무심하게 세워진 텐트처럼 워크동과 매장동은 원래 있던 버거하우스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 자리하고 있다.
이 곳에서 백색의 벽은 완결됨, 무결함의 의미이기보다는 채워지길 기대하는 비워짐으로 봐야 할 것이다.
브랜드를 표상하는 이미지와 즐거운 작업의 결과물로 채워질 백색의 도화지인 셈이다.
완성이 아닌 과정에 있고 최상 보다는 적당함 안에서 하이브로우의 에너지를 담아내고 변화해갈 수 있는
타운이 되길 기대한다.
건축개요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소나기마을 30
용도: 근린생활시설
규모: 지상3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목구조
사진: 최진보
시공: KSPNC(장길완 대표)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