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상가주택 '머랭'
막다른 골목 _ 정호승
막다른 골목에서 울다가
돌아 나온 사람들은 모르지
그곳이 막다른 골목이 아니었음을
.....
오래된 동네, 막다른 골목 끝에 작은 이층집이 있었다.
그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좁은 골목길의 끝에서 노란 불빛과 하얀 몸으로 거기에 오래도록 있었음을 알리던 집이었다.
오래된 집의 오래된 주인은 다시 오래될 새로운 집을 짓기로 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예전 집이 골목에서 보여주던 모습을 반도 못 보여줄 상황에 처한 것인데, 이 것이 우리가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가 되었다.
막다른 골목은 절망의 장소이다.
막막함이다.
그러나 이런 정서는 곧 돌아 나올 수 있음에 안도하는 마음이 되기도 하고 절망이 아닌 희망의 장소라 환기된다.
가야할 길에서 맞닥뜨리는 막다른 골목의 막막함이 아닌, 산길을 헤매다 보게 되는 인가의 따뜻한 불빛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골목을 바라본다.
오래된 주인이 4층 테라스가 널찍한 작은 집에서 따뜻한 불빛을 내 비추고 그 빛을 따라 골목에 들어서면 항아리 같이 둥글고 푸근해 보이는 집이 맞아주면 좋을 것이다.
정북일조 사선제한으로 인해 골목에서 보이는 집의 폭은 고작 3m 내외다.
둥근 형태는 집의 전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이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안간힘이다.
또한 시선을 뒤로 흘려 막다른 골목에서 맞는 절벽 같은 막막함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곡면의 형상은 노출콘크리트와 타일의 질감이 더해져 항아리 같은 둥글고 부드러운 양감을 가지도록 의도하였다.
150%의 용적률에서 4층 구성에 대한 요구와 막다른 집이라는 땅의 조건이 더해져 집은 위로 갈수록 볼륨이 커지는 형태를 취한다.
1층의 점포가 가장 작고, 원룸 두가구가 계획된 2층이 조금 더 크다.
3층이 가장 큰데, 복층으로 구성된 4층은 일조권과 용적률의 제한으로 다시 작아진다.
건축주가 사용할 집의 크기는 허락된 3,4층의 면적을 다 사용해도 부족하므로 다락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가장 넓은 3층을 기준으로 위, 아래층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풍선에 바람을 넣듯, 계란 흰자를 열심히 저어 거품을 만들 듯, 이 집은 그렇게 골목이라는 장소와 가족의 바람과 상업적 요구를 휘저어 섞고 부풀려 만든 집이다.
머랭을 만들 듯이 부드럽게.
건축개요
위 치: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일반 190-21
용 도: 다가구주택(4가구), 근린생활시설
건축면적: 82.41 ㎡
연 면 적: 209.65 ㎡
건 폐 율: 58.78 %
용 적 률: 149.53 %
규 모: 지상4층
구 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사 진: 최진보
시 공: ㈜ 다안종합건설
설 계 : 투닷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