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기다리는 폐역
구둔, 아홉개의 시간
새로운 것으로 새로운 시간을 써내려 가기 보다는 과거의 시간, 기억에 현재를 쌓아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미래를 만들어 보자 하였다. 완결된 건축물이 아닌 기존의 것에 더하거나 덜어 내는 과정 속의 건축, 구둔만의 정서를 녹여 내는 장소 만들기가 목표가 되었다.
고백의 정원
구둔역사 옆에는 큰나무 하나 덩그러니 있는 빈터가 있었다. 버려진 빈터를 의미있는 장소로 바꿔보자 했다.
연인들이 많이 찾는 구둔에, 그들만을 위한 은밀한 고백의 장소로 바뀐 이곳에서 고백의 시계를 맞추고 고백을 한다. 그리고 고백의 징표(플레이트)를 벽에 걸어 두고 그날을 기억하는 추억을 만드는 장소다.
체험관 '산아래'
구둔역사는 근대건축물로 지정이 되어 외관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조건이 있었고 공간도 협소하여 체험이나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체험관의 신축이 필요했다. 구둔의 경관을 헤치지 않고 가급적 드러내지 않는 자세로 폐전철 옆의 삼각형 땅에 앉히기로 했다.
체험관은 가설 건축물로 추후 해체 등을 고려해 뼈대는 철골로 외피는 폴리카보네이트로 하였다. 또한 열차에 평행한 면에는 미러필름을 부착해 마치 체험관 안에 열차가 있는 듯한 착시를 의도했다.
카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구둔역
1940년대에 지어진 구둔역사는 근대건축물로 지정되어 문화재청으로부터 외관의 변경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들었고, 우리도 굳이 외관을 건들고 싶은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오히려 원래의 모습에 더 가까이 가고자 대합실에 덧대어진 천정을 걷어 내 목구조의 원형을 드러냈다.
천정을 모두 걷어 낸 후. 대합실 옆의 역무실은 카페로 활용하기로 하였다.
반추의 공간
은행나무가 있는 플래폼은 가을에 특히 아름다운 장소이다. 은행잎 가득한 플래폼에 서면 그 고즈넉함에 이런 저런 상념에 빠지게 된다. 그 마당에 나를 비추고 하늘을 담을 바닥을 만들고 구둔과 하늘과 나를 관조하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의자를 하나 마련하였다.
작은 소품같은 공간들
새로운 구둔에는 이야기가 있다. 구둔의 이야기를 작가님과 함께 만들었고, 그 이야기에는 동물 친구들이 많이 등장한다.
카페를 지키는 고양이 까몽, 구둔역을 찾는 이를 반기는 멍멍이 몽구,멈춰선 열차의 운행을 기다리는 돼지 해몽. 그 친구들을 위한 공간도 빼놓을 수 없었다.
아쉬운 부분이 너무나 많지만, 시간이 더해지면 나아질 것이다. 잘 곰삭아지길 기대한다.
건축개요
용도: 농촌체험시설, 카페
사진: 투닷건축사사무소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